고요한 시간

예배, 아픔으로의 굽힘

사이 (SA-E) 2022. 8. 21. 16:21

당연하게도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다.
마찬가지로 아픈 곳으로 몸을 굽히지 않으면 죽는다.
존재는 생명일 때 아픈 곳을 향하여 쉰다.

그렇기에 생명의 쉼은 타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자기 충족감이기보다는 그 굽힘이다.
생명은 생산노동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존재의 근원적 쉼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안식의 날, 곧 생명의 주인의 날은 그 굽힘에 집중하는 날이다.
우리가 이 날의 힘으로 평범한 날들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삶은 팍팍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어 생명의 굽힘을 정리할 여유도 능력도 없는 것이 우리다.
그렇기에 생명의 굽힘/아픔으로의 굽힘에 집중하는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주는 일과 분리될 수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의 사귐에 있어서 생명의 굽힘/아픔으로의 굽힘은 너무나 쉽게 제거되곤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약속이다.

서로가 함께 자기 아픔도 세상에 외면당한 아픔으로 연결하는 것,
그 시간을 함께 인생을 걸어가는 이들과 함께 해나가는 것,
그 집중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할 약속을 잡는 것,
우리는 그것을 예배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