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행하려고 하면, 세상의 악의가 추격자 처럼 쫓아온다.
나에게서 수혜를 받았던 사람들도 나를 그 악의 속으로 내몰 것이다.

여기서 봐야하는 것은 선이 실행되기 어려운 이 악의 가득한 세상에서 선이 행해지도록 한 힘이 어디에서 왔는가다.
나는 힘들지만 선이 행해진 일에 대해 나의 정의감이나 의지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선행은 내 힘으로가 아니라 선 자체가 행한 일이다. 그것을 알아차릴 때 거기에서 생명력이 채워진다.

나를 악의 속으로 내모는 것은 그들이 특별히 악해서가 아니라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다. 그게 바로 악의의 세상이다.
내가 조작할 수 있는 건 사실 매우 작다. 그럼에도 내가 만나는 절망은 매우 크다. 내가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이 이뤄진다. 그렇게 살아있는 선이 주체가 되는 상황을 마주한다.

혼자 할 수 없었던 일을 이뤄내면, 나의 수완이나 나의 역량으로 여기기 쉽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있지 살아있는 선에게 그렇게 관심은 없다.
비록 내가 그런 존재더라도, 선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선이 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선의 생명을 느낄 때에서야 내 안의 생명이 그 선의 생명과 연대하고, 연결되어 흘러들고 그렇게 흘려보낼 수 있게 된다.
그건 단순히 성과가 아닌, 내가 건강해져 가고 나의 주변이 건강해져 가는 과정이다.

세상은 악의가 가득하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그 악의 속에서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악의 가득한 세상 안에서의 삶이란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 남은 것.

선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 있는 선에 의해 내 안의 생명에 온 생명이 깃든다.
내 힘이 아닌 선 자체가 주체가 될 때, 우리는 다른 살아남은 이들에게 진정 연대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운이 좋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음의 삶이라는 이 고통의 세상에 굴종하지 않게 된다.

이 힘든 삶 속에서 나는 내가 할 일을 바라보며 지친다.
그러나 내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그 선을 바라볼 때, 거기에는 생명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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