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 소논문] 레위기에 나타나는 수간과 성도착의 관계에 대한 이해_이박광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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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 소논문]

 

레위기에 나타나는 수간(18:23, 19:15-16)과 성도착의 관계에 대한 이해

 

이박광문

 

--목차--

1. 서론 
2. 본론 
  2.1. 성도착의 개념
  2.2. 본문 분석
    2.2.1. 본문 사역
    2.2.2. 사역 해설
    2.2.3. 본문과 성도착과의 관계 
  2.3. 문맥적 해석
    2.3.1. 구조 분석 
    2.3.2. 본문이 속한 맥락에 대한 해석들 
    2.3.3. 해석과 성도착과의 관계
  2.4. 사회적 이해
    2.4.1. 해석하는 삶의 자리
    2.4.2. 성도착에 관련된 사실관계
    2.4.3. 혐오에 대한 인식
    2.4.4. 레위기와 현대사회
3. 결론

 

1. 서론

 

  현대 사회의 성범죄들은 교회 밖뿐만 아니라 교회 내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간 기독교는 소도미법과 같은 상징을 수호하며 성적 문란에 대해 경고해왔다. 소도미법은 특정 성적행위를 처벌하는 법을 관용적으로 일컫는 말로서, 동성 간 성관계, 항문 성교, 구강 성교, 수간 등이 포함된다. 그 강력한 근거는 레위기 18장과 20장에 나타나는 사형으로 이어지는 성 범죄들이다. 이스라엘에 선포된 이 법에 대해, 단지 제의적 의미나 당시 이스라엘 공동체만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다는 주장이 예언자적 지지를 얻어왔다. 그러나 성지향으로서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여러 반론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런 반론에 맞서는 측에서는 동성 성관계와 수간은 함께 묶이는 일로 자연을 거스르는 변태적 행위다. 여기서 수간은 다양한 성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성도착의 궁극적 이미지로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정작 이와 관련된 신학적 연구는, 성소수자에 대한 해석 문제만큼 관심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본 소논문에서는 레위기에서 수간을 언급하고 있는 18:23, 20:15-16을 본문으로 하여, 성도착에 대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본문과의 관계를 분석해 볼 것이다. 또한 성경의 구조 속에서 본문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살펴보며 성도착과의 관계를 좀 더 구체화해 나가려한다. 다음으로 그런 해석들을 이끌어 내는 사회적 요소들을 살피면서 본문과 성도착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것이며, 그 말미에 성결의 문제와 관련하여 레위기의 함의도 간단히 살펴볼 것이다. 요컨대 논의를 전개해 감에 있어 점점 더 넓은 자리로 확장해가면서, 본문과 성도착과의 관계의 문제를 점점 더 구체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다.

  본 소논문은 본문에 대한 주해적 이해 자체에만 목적이 있다기보다, 주해적 방법을 통해 본문에서 나타나는 수간과 성도착과의 관계를 밝히고, 이에 대한 레위기적 해석을 살펴보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우선 성도착의 개념을 정리해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2. 본론

2.1. 성도착의 개념

  성도착은 의학적 개념에서 구체화되었다. DSM은 정신질환에 대한 분류 목록으로 이상 성욕에 해당하는 성적 왜곡을 분류했는데, DSM-(1980)에 이르러 성도착증으로 변경되었다. 이상함의 기준을 제시하는 사회, 문화적 함의를 제거하는 동시에 멸시적 의미를 줄이기 위한 용어였다. 이는 다시 DSM-5(2013)에 이르러, ‘성도착 장애로 명명 되었다. 이는 단순히 일반적이지 않은 성적 취향인 성도착 행동과 구분되는 것으로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동의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노출장애, 접촉도착장애, 소아성애장애, 관음장애, 성적가학/피학장애의 6개와 인간이 아닌 부적절한 대상을 향하는 것으로서 물품음란장애가 있다. 동물성애장애는 이에 대한 하위 분과에 속한다. 그 외에 다른 성별의 의상을 입는 의상도착장애 까지 총 8개로 분류된다.

  성도착은 피해를 주지 않는 성도착 행위와 정신질환인 성도착 장애둘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성도착 행위의 대표적인 경우로서 BDSM이 있으며, 이는Bondage(본디지)-discipline, Dominance(지배)-submission(복종), Sadism(가학성애), Masochism(피학성애)의 줄임말이다. 일반적인 선입견과 달리 이 실행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동의이며, 인격적인 관계가 중요시 된다. 가부장제를 극복하는 소통적인 동의로서 BDSM 실천은,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으며, 여기서의 성적 주체향락적 주체와는 다른 맥락이다.

 

2.2. 본문 분석

2.2.1. 본문 사역

  본 본문 사역에서는 용어들이 가진 직접적인 의미들을 가능한 살리는 것을 기준으로 하였다.

 

  • 18:23 너는 어떤 짐승에게든 성기를 삽입하지 말라. 그 일은 너를 더럽힌다. 여자는 성관계를 갖기 위해 짐승에게 자신을 내어주지 말라. 그것은 성을 왜곡하는 일이다.
  • 20:15 남자가 짐승에게 성기를 삽입했다면, 그 남자는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 그리고 너희는 그 짐승을 지체 없이 죽여야 할 것이다.
  • 20:16 여자가 어떤 짐승에게든 성관계를 갖기 위해 가까이 했으면, 너는 그 여자와 그 짐승을 지체 없이 죽여야 할 것이다. 그들은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 그들의 피값이 그들 자신에게 있을 것이다.

2.2.2. 사역 해설

  어떤 짐승. כָל־בְּהֵמָ֛ה(‘콜 베헤마’, ‘모든 짐승’). ‘어떤이란 표현으로 강조되어 있다. ‘베헤마는 설치류를 제외한 포유류로서 야생동물과 가축을 뜻한다. 히타이트 법에서는 소, , 개의 수간은 허용되지 않았지만, 말과 노새에서는 허용됐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신화의 영역에서 다뤄진다. 수간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기도 했으며, 바알은 소와 성교했다. 랍비 시대에 신화는 하나의 이상으로 작용했으며, 따라서 랍비들은 이집트 문화에서 이상을 실천하여 수간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이교도들이 머무는 여관에 동물을 두지 않기도 했다. 이러한 수간은 신들을 노하게 하거나 잡종의 괴물이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공동체적인 문제로 인식되었다.

  성기를 삽입하지. תִתֵּ֥ן שְׁכָבְתְּךָ֖(‘티텐 쉐카베테카’, ‘너는 준다 너의 누움을’). 레위기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표현은, 좀 더 정확히는 남성이 성교를 위해 음경을 넣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שָׁכַב(‘샤카브’, ‘눕다’)는 남성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다. ‘티텐 쉐카베테카2인칭 남성 단수형으로서 18:23에 나타나는 표현이며, 20:15에서는 3인칭 남성 단수형으로 나타난다.

  성관계를 갖기 위해. לְרִבְעָה(‘래리브아’, ‘눕기 위해’). ‘눕다’, ‘쭈그리다’, ‘기대다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아람어 단어에서 유래한 동사인 רָבַע(‘라바’,‘눕다’)를 기본으로 한다. 이 동사는 이종교배를(19:19)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라바와 동족어인 אַרְבַּע(‘아르바’, ‘4’)에서 사지를 바닥에 대고 쭈그리고있는 모습과 연관성을 찾기도 한다.

성을 왜곡하는 일. בָּלַל(‘테벨’, ‘도착적인 것’). ‘테벨תֶּ֥בֶל(‘발랄’, ‘뒤섞다’)에서 파생된 명사로, 하나님께서 정하신 우주적 질서를 뒤섞어서 파기시킨 행위다. 이는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창조된(1:27)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로, 사형 형벌(20:15, 16)로 이어진다. 구약의 우주관에서는 신과 인간, 인간과 동물 사이에 장벽이 있었으며, 그러한 장벽들이 뒤섞이는 것은 온전성과 거룩에 반대되는 일이었다. 공동체로부터 부정결을 제거하기 위해 사형에 처해져야 했다. 또한 이는 이집트의 염소 신 프타(Ptah) 숭배와도 관련되어 있다고 보기도 하며, 람세스 2세의 경우에는 자신을 이 신의 후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 מֹות יוּמָת(‘모트 유마트’, ‘그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것이다’). 이는 출22:18에서 먼저 삽입되었던 문구다. 당시 고대 사회에서 군사원정 시 오랜 기간 정상적인 성관계를 갖지 못한 군인들에게, 말이나 노새와의 수간이 허용됐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보았다.

  지체 없이 죽여야 할 것이다. תַּהֲרֹֽגוּ(‘타하로구’, ‘너희는 죽여야 할 것이다’). 이는 הָרַג(‘하라그’,‘죽이다’)의 미완료형태를 사용하여, 사법적 절차 없는 즉각적인 처형을 나타낸다. 이런 즉결 처형은 반란 용의자나, 이웃을 배교하도록 만들기 위해 은밀히 접근하는 이들과 같은 경우에 이뤄졌다. 19:15에 사용된 타하로구는 미완료 2인칭 남성 복수형으로, 19:16에서는 바브연속으로 미완료의 의미를 가진 2인칭 남성 단수 형태로 나타난다.

그들의 피값이 그들 자신에게 있을 것이다. דְּמֵיהֶ֥ם בָּֽם(‘데메헴 밤’, ‘그들의 피가 그들에게 (있을 것이다)’). ‘데메헴דָּם(‘’, ‘’)3인칭 남성복수 접미어가 붙은 형태이다. 여기서 나타나는 성범죄의 경우 무조건 둘 이상의 관계를 뜻하므로 복수형을 갖게 된다. ‘은 희생 제물의 피와 같이 죄의 대가에 대해 흘리는 피를 뜻하며, 곧 죽음을 암시한다.

 

2.2.3. 본문과 성도착과의 관계

본문에 대한 해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뒤섞임에 대해 경계하는 구약의 우주관이다. 본문은 그러한 우주관과 관련하여 이스라엘 민족의 성결로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성적인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윤리적 문제로 보여지는데, 부정한 음식 등 성결에 해당하는 다른 윤리들과 달리, 강력한 사형 규정이 뒤따라온다. 그러나 이런 본문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성도착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는 힘들다. 성도착은 성도착 행위성도착 장애로 분류되며, 장기간 문제를 호소하는 정신질환인 성도착 장애가 본문과 일치하는 내용인지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 인격적 관계로서의 성도착 행위와는 이미 분류가 다르다. 더욱이 여기서 말해지는 성적 문란함은 가족 공동체의 관계를 뒤섞고 종을 뒤섞는 것을 타락으로 보는 우주관과 관련된 것으로서, 현대사회가 말하는 문란함이나 성범죄와도 다소 다른 개념으로 나타난다.

 

2.3. 문맥적 해석

2.3.1. 구조 분석

  레위기 18-20장은, 성결법전(17-26) 중 주로 제의적 규정들을 다루는 다른 장과 달리 일반적·사회적 규정들로 이루어져 있다. 19장은 십계명 구조를 담고 있으며, 생활 속에서 소외된 사람과 함께 하는 이스라엘의 일상적 윤리들이다. 18장과 20장은 19장을 둘러싸며 19장이 성결법전의 중심이 되게 한다. 18장과 20장에서는 특히 성적인 영역에서의 구별을 강조하고 있는데, 성범죄는 윤리적 법 중에 가장 중요한 주제로서 사형이라는 엄격한 형벌형태를 가지며, 언약법전 안에서 결의론적 법 부분을 둘러쌈으로써 그것들을 하나님의 절대적 요구로 만들고 있다. 18장과 20장은 '이스라엘인들'에게, 19장은 '온 회중'에게 선포되고 있다.

  18장은, A 도입어구: 나는 여호와 너희 하나님(2); B 경고와 권면(3-5); C 금지 규정(6-23); B’ 경고와 권면(24-30); A’ 종결어구: 나는 여화와 너희 하나님(30)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18:23의 본문이 속해 있는 금지 규정(6-23) 부분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 근친 상간 금지(6-18)A. 일차적 관계(6-17); B. 추가적 금지(17-18)로 나뉜다. 그리고 . 어떤 성적 행위들과 몰렉 희생 제사 금지(19-23)로 구성되어 있다.

20장의 경우에는, A 다른 신을 섬기는 이들(1-6); B 규례를 지켜 거룩하라(7-8); C 죄와 형벌(9-21); B’ 규례와 법도를 지켜 거룩하라(22-26); A’ 다른 신을 섬기는 이들(27)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20:15-16의 본문이 속해 있는 죄와 형벌(9-21) 부분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근본원인: 부모 저주(9); A. 사형에 이르는 금지 규정(10-16); B. 추방에 이르는 금지 규정(17-19); C. 자식이 없을 금지 규정(20-21)으로 구성되어 있다.

  18장에서는 간음, 남성의 동성 성관계, 수간 등이 가족에 대한 율법들과 분리되어 정리 되어있었으나, 20장에서는 그 중간 중간에 흩어져 있다.

 

2.3.2. 본문이 속한 맥락에 대한 해석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본문이 속한 맥락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해석은, 고대 이스라엘이 따르지 말아야 할 가나안 땅의 관습 목록 중 하나라는 이해일 것이다. 본문의 법은 이스라엘 가족 공동체를 혼란 없이 유지하는 것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가운데, 주변 국가들과 구분되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성결로 확장된다. 이방 풍속과 섞여서 벌어지는 범죄들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땅을 오염시키는 우주적 문제로 인식된다.

  김회권은 본문이 속한 맥락과 관련하여 동성애는 물론 수간까지 장려하고 선전하는 수많은 포르노 사이트들이 판을 치고 있는 사이버 세대를 향한 거침없는 규탄이다. 성적 탐닉으로 비인간화되어가는 현실에 하나님의 말씀은 격렬하게 분노한다고 분석한다. 강병도 역시 자연 질서와 인간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는 타락한 성교로 보고, 현대의 성적 타락상을 경고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김진명은 이를 사회적(가족 공동체 규범, 동성 성관계), 종교적(몰렉 숭배), 생태계적(수간) 혼합의 문제 속에서 파악했다. 성결법전과 관련된 '땅이 토해낸다'는 문장을, 거주민에 대한 추방, 죽음, 혹은 백성의 자격을 잃고 포로됨 등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는 표현으로 해석한다. 사회적·종교적·생태계적 혼란을 일으키는 성범죄 문제에 대해 하나님 나라의 심판이 경고 되었으며, 따라서 이스라엘의 시각을 넘어, 세계의 문제이자 지금까지도 경고되고 있는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보았다.

  ‘땅이 토해낸다는 것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 연구도 있다. 김선종은 레위기 18장과 20장을 성이 자본 및 물질문명과 관련된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문이라고 보았다. 당시 이집트와 가나안을 비롯한 구약주변세계는 풍요 제의로 대변되는 선진 문명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들의 종교와 신화는 성의 메커니즘과 관련되어 있었고, 그것으로써 사람에게 부와 행복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김선종은 짐승과의 교접 또한 자연의 풍요를 얻고자 하는 동기로 해석했다. 성에 의해 땅이 더렵혀진다는 것은 단지 그릇된 욕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 자본, 권력의 결탁에 관련된 신학적 이해라고 분석한다.

 

2.3.3. 해석과 성도착과의 관계

  본문은 당시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와의 구별을 위해 주어진 윤리적 규정의 맥락에 속해 있다. 이에 대한 많은 해석들에서, 본문은 여전히 현대사회 성적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계시하는 메시지로 이해된다. 김선종의 연구에서처럼 성-자본-권력의 결탁을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분석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많은 경우 성적 타락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게 접근하는 해석에서는 18장과 20장이, 그들이 감싸고 있는 19장의 맥락과 유기적인 연결성을 갖기 보다는, 둘러싸서 강한 힘으로 강조하는 정도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성적 타락을 경고함에 있어서 본문은 굉장히 힘 있게 활용되는데, 창조된 자연 질서를 파괴하는 일로써 율법의 대척점에 놓여진다. ‘자연적이지 않은 것으로 하나님의 율법과 반대에 있는 것을 대표하는 이미지 정도로 볼 수 있겠으나, 본문 분석에서 인격적 취향이나 질환과 동일한 것으로 볼 근거는 모호했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많은 해석에서 본문은 현대 사회의 성적 문제들에 대해 큰 울림을 준다. 그 울림은 강한 상징성이 강조 될 뿐, 성도착에 대한 사실의 문제에서 정작 무엇이 자연적이지 않은 것인지에 있어서는 전혀 구체적이지 않은 채로 퍼져나간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그 울림은, 구약세계의 가치판단과도 또 다른, 해석자들이 속한 자리에서의 가치판단이 울려지고 있는 것일 수 있을 것이다.

 

2.4. 사회적 이해

2.4.1. 해석하는 삶의 자리

  강병도는 수간과 같은 성 윤리의 파괴는 종교적 의미 이전에 창조의 질서의 파괴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종교 의식과 성 윤리의 파괴가 연결되어 있던 구약의 이교도들과 같이, 성 윤리를 파괴하는 현대의 성 문화를 경계하라고 말한다.

  민영진은 아가서에 나오는 사랑의 형태를 에로스혹은 성애로 정리하고, 그 밖에 방향 없는 성욕, 일종의 변태성욕, 대상을 가리지 않는 성행위"성욕"이라고 지칭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근친상간, 강간, 화간, 남성동성애, 수간 등을 성욕으로 규정했으며, 특히 수간의 경우 성을 문란하게 하는 음란이라는 규정에서, 성도착들로 연장시킨다.

  둘의 주장에서 공통되는 부분은, ‘성도착 장애자체가 성윤리를 파괴한다는 신념이다. 곧 그들의 삶의 자리다. 그러나 우선순위에 있어 성윤리의 파괴가 원인이 되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들이 구조적으로 허용되었다는 것이 좀 더 사실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이들은 성도착 장애와도 같지 않다. 일회적 쾌락을 위해 타인을 착취하는 행위가 가능한 사회 구조는, 풍요와 힘을 얻기 위해 이뤄졌던 고대의 수간과도 다른 개념의 것이다. 이렇듯 사실관계에서 검토하는 일은 해석하는 이들의 삶의 자리를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하며, 개인의 가치체계에서 출발하는 해석과 신학 자체에서 출발하는 해석을 가려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4.2. 성도착에 관련된 사실관계

  많은 해석에서 본문의 수간이 성도착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이해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수간은 성도착을 대표할 수 없다. 우선 성도착에서 성도착 행위성도착 장애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BDSM 같은 성도착 행위는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이긴 하나, 성적 끌림을 통해 서로를 더 내밀한 관계로 인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만 본다면 에로스로 표현되는 개인의 성애와 함께 분류될 수 있다. 취향에 대한 스펙트럼으로 분류되는 문제로서, 문란으로 분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취향 자체는 전염되는 것도 아니며 문란한 것도 아니다.

  성도착 자체가 성범죄의 주요 목록으로 언급되며 문제의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바대로 이는 엄밀하게 사실에 부합하는 인식은 아니다. 사회와 교회 내에서 발생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성도착적 성범죄들 또한 성도착 때문이 아니라 권력과 위계 내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타인의 신체를 함부로 하는 성추행은 접촉도착장애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불법촬영물의 카르텔은 관음장애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이 범죄의 가해자가 압도적으로 기울어진 성비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데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문제다. 앞서 성-자본-권력의 결탁으로 본 김선종의 분석이 타당해 보인다. 사회구조에서 조장되어지는 범죄들과 장기간 문제를 호소하는 정신질환으로서의 성도착 장애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정신질환이 그런 일들을 이끌지 않는다. 정실질환에 대한 공포증의 유발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뒤섞는 역할을 한다. 이는 혐오로써 작동된다.

 

2.4.3. 혐오에 대한 인식

  여기서 다뤄지는 혐오는 개인적 혐오감과는 다르다. 차별과 편견을 만들어 내고 사실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구조적인 힘을 말한다.

  강병도는 레위기의 동성애와 수간을 설명하는 맥락에서 AIDS 바이러스를 소개하며, 죄악에 대해 하나님이 내린 심판의 이미지를 그린다. 일단 HIV 바이러스가 사실에 부합하는 표현이다. HIV-1의 유일한 전파원으로 알려져 있는 검댕맹거베이는 강아지크기 만한 원숭이로, 애완용이나 요리재료로 쓰였다. 수간은 일종의 괴담으로, 생활감염이 더 일반적인 해석이다. HIV 감염에 있어서도 성소수자가 용인되는 태국에서는 오히려 감염률이 줄어들고 있고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 비율은 매우 낮다. 반면 가톨릭이 강해 성소수자 혐오가 강한 필리핀에서는 감염률이 급증하고 있고,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 비율도 매우 높다. HIV감염의 주된 원인이 혐오임은 국제적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러한 혐오는 성서의 해석에 있어서 사회적 사실과 성경적 의미 모두를 직시하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다.

  헨리는 전율하지 않고는 언급할 수 없는 죄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비정상적인 탐욕의 목록들로 남색, 수간 등을 나열한다. 그러나 성도착 장애 이전에 존재하는 것은 위계에 의한 성추행이 가능한 구조와 성적 타자화다. 그것이 진짜 실체이자 진정한 성적 문란이다. 혐오가 작동하게 되면 그 우선순위를 바꾸어서 본래의 원인을 뒤섞는다. 그렇기에 혐오 또한 현대의 성범죄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혐오는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혼란을 만든다. 사람다운 것과 사람답지 않은 것이 섞인다. 혐오야말로 본문이 비추고 있는 문란한 이방 풍속 중 하나일 것이다.

 

2.4.4. 레위기와 현대사회

  김선종은 18장과 20장을 통해서 성이 자본 및 물질문명과 관련되었음을 설명한다. 이집트와 가나안을 비롯한 구약주변세계에서 성의 문제는 철저히 자본과 관련되어 있고, 물질문명과 연관되어 있다. “성을 개인화하여 단지 개인윤리의 차원으로 치환할 때 성이 구조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성문제가 단지 가해자 개인의 행위나 피해자의 처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문제를 덮어 두려고 하거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약에 등장하는 다양한 권력형 성폭력에서도 나타나듯 이는 구조적 문제다. 그가 분석하기에 성은 생명과 죽음, 복과 저주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성을 통하여 사람이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지만, 성을 통하여 타락하고 죄를 범하여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김선종은 구약에서 자본과 권력의 메커니즘으로 부터 성을 분리시키려는 노력을 읽어낸다. 레위기의 본문 역시 그러한 이해에 연장되어 있다.

  최영실은 성결법의 의미에 대해 고찰했다. 토라는 전혀 다른 출처와 시기의 법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성서저자들은 오늘날에도 실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자에 대한 차별을 금하고 있는 약자 옹호법하나님의 자비의 법을 토라의 계약법전 안에 수록하고, 그것들을 가장 마지막에 편집하여 수록함으로써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본래의 뜻이며 법임을 나타냈다. 성결법전의 마무리에 해당 하는 25-26장은 안식년 법희년 법을 명하고 있다. 이들 법에는 철저하게 약자를 옹호하고 차별을 감지하는 법 규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서두와 말미를 하느님이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로 둘러싸서, “약자를 옹호하는 이 두 법이야말로 가장 크고 중요한 성결법’”임을 드러낸다. 곧 레위기의 목적지는 하나님 나라의 성결로서, 약자의 편에 있는 성결이다.

 

3. 결론

  사실관계를 정리하면서 혐오적 시선에 대한 경계를 한다면, 레위기의 수간 본문이 성도착을 대표한다고 보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성도착을 성도착 행위성도착 장애로 구분했을 때, 수간과 성도착 행위와는 이미 분류가 다르며, 오히려 BDSM에서의 인격적 실천은 성적 문란함과 일치하지 않는다. 수간이 성도착 장애의 하위 분과로 분류 될 수 있겠지만 현대 사회의 성범죄들은 사회구조적 문제이지, 장기간 문제를 호소하는 정신질환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성범죄들을 성도착으로 이미지화해버리면 그 실체인 사회구조에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성도착이 성적 문란함을 대표하는 것이라기보다, -자본-권력의 결탁 속에서 성도착적 착취가 자행된다. 오히려 이미지화 시켜버리는 그 힘에 주목할 수 있겠다. 그러한 혐오적 공포심이 아니라 실체에 대한 직접적 인식이 필요하다.

  18장과 20장을 통해서는 사람--자연의 조화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공동체적 성결을 말할 수 있다. 19장은 그러한 두 장이 지키고 있는 중심으로서, 약자의 편에 있는 하나님 나라의 성결이다. 이는 안식일 법과 희년 법이라는 레위기의 최종적 성결법과 공명한다. 본문이 속한 18장과 20장은 성적인 문제를 중요한 윤리적 문제로 다루고 있으며, 자본·권력에 대항하는 레위기적 성결 문제에서 있어서도 그것들과 결탁하는 성의 문제는 분리될 수 없는 문제이다.

  본문은 뒤섞음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문란함은 자본을 쫓는 모습과 일치된다. 약자를 옹호하는 레위기의 성결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일은, 곧 그 자체로 하나님 나라에서 제거되는 일이다. 본문의 수간을 성도착으로 연결시키면 오히려 일상의 문제와 유리된다. 단절이라는 의미에서의 초월적 도덕이 돼버린다. 그렇기에 본문의 수간과 성도착이 일치하지 않는 긴장 관계에 있다는 인식은, 사회현실의 구조적 문제를 직면해야 함을 말해준다.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일상이 곧 우주적 문제가 된다.

  특정 성경 구절을 성도착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상징화 하는 일은 오히려 신학적 이해를 제한할 수도 있음을 살펴보았다. BDSM과 같이 성적 문란함이나 위계적 착취와는 다소 결이 다른 취향의 문제들은 혐오 사회 내에서 오해되고 억압받고 있다. 약자의 편에 있는 하나님 나라 성결의 견지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함께 외쳐주어야 할 것이다. 그때에 뒤섞였던 진실과 거짓은 더욱 선명히 구분되고, 진정한 문제의 원인에 맞서 건강한 성을 회복해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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