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인격은 유기체성과 총체성 속에 있다.

우선 유기체성을 살펴보자.
내 생각, 혹은 내 인격이라는 어떤 하나의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뇌세포 자체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다른 체세포들의 상태와 생각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유전자 자체가 생각은 아니다. 내가 경험한 시간 속에서 내 안의 물질과 밖의 물질 간의 상호작용이 생각이 된다.
내가 세포들을 의지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 속에서 몸이 만들어 지듯, 생각도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들과의 상호작용 속에 있다.

총체성의 측면에서도 살펴보자.
개미를 볼 때, 하나의 여왕개미에서 나온 무리들을 구분할 수는 있겠지만, 어떤 종의 개미라고 한다면 그 종의 모든 여왕개미의 무리들의 총합을 말한다. 공간적으로 먼 무리들 간에 만날 일이 없더라도, 그들 모두가 같은 종의 개미다. 그리고 그 모든 총합이 그 종의 의지다.
그것처럼 모든 총합으로서의 의지가, 인간이라는 하나의 인격이다.

나의 뇌세포가 나의 생각을 만날 수 없으며, 한 무리의 개미가 그 종 자체를 만날 수 없다. 그렇지만 내 체세포 하나가 내 생각과 다른 분리 된 것이 아니듯, 총체적 인격은 개별 인격인 나와 다른 분리 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신을 만나는 나 다움의 자리다. 개체 주의는 나 다움 자체가 아니다. 자본주의적 계획된 그 인격이 나의 본질이 아니다.

물론 여기서 죽음의 요소를 분리해서도 안된다. 그런 태도는 마치 늙음이나 질병 같은 것을 열등한 것으로 보는 태도와 닮아 있다.
그보다는 압도적 죽음 속에서도 생명으로서의 나다움을 계속하여 소통해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 생명활동을 신과의 대면 혹은 신과의 소통이라 부른다.

여기서 기독교라는 것은, 그 출발이 사변적 철학과 같은 초월이나 명상의 수련에서가 아니라, 소외당하는 존재의 몸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생명과 그 소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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