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가 쓰여질 당시 사회는 개체를 단절된 본질로 생각하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그건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개체가 본질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가 각 개체를 구성하는 본질이다. 이때 모든 존재의 근거가 되는 절대자로서의 하나님 사상은 개체중심의 사고에서 관계로 나아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난한 자가 높임을 자랑하고, 부요한 자가 낮추심을 기뻐하는 것은(1:9-10) 규범 같은 것이 아니다. 관계에서 생각해보면, 다시 말해 관계라는 것에 자아가 있어서 이를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관계로서의 자아는 관계 속에 내가 매몰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의 개성을 드러낸다. 시험은 신이 주는 것이 아니고(1:13), 욕심에 의해서 온다(1:14). 욕심은 단절된 개체를 절대적 기준으로 할 때, 권력구조에 의해 생긴다. 나의 자아는 결국 권력으로 대체되고 지워진다. 반면 관계는 나와 상대 중 어떤 것이 없더라도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단순히 1+1이 아닌 창발적인 그 이상이다.
이러한 모든 관계는 하나로 통일 된다. 그것이 그림자가 없는(1:17) 전일적 관계이며, 그 총체적 관계는 하나의 위대하고 신비적인 자아다.
이때 첫 열매(1:18)가 되는 것은 단순히 종으로서 인간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단절된 인간종이 아닌 '우리'다(1:18). 인간은 인간이 아닌 것으로만 이뤄져 있다. 인간이 첫 열매가 되는 것은 단절 된 인간 종의 절대성 때문이 아니라, 인간으로 맺게 하신 관계 때문이다. 우주적 열결성 속에서 참으로 인간적인 관계가 첫 열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