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수많은 멸망을 지나쳐가는 우주적 신은 의외로 지금의 대멸종을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인간 동물의 신이 파괴되는 자연과 생명들에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눈물 흘리고 있다.
인간의 신이 인간 종으로만 이뤄졌다는 생각은 가부장제에서 온다.
그러나 내 몸, 내 자아 어느 하나 내 것에서 온 것이 없듯,
인간 동물의 신은 인간이 아닌 것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어디서 살다 가는지 모르는 혼자의 죽음이 있는가?
그 사람을 구성한 모든 비인간 존재가 그가 사람이게 했으며, 그 관계 속에서 우주는 하나가 되었다.
나비의 날개짓으로 태풍이 불듯이, 한 사람의 존재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그 사람이 아닌 모든 것이 바로 그 사람이다.
연결 속에서 온 우주가 그 사람을 기억하고 그 사람을 함께 나누었다.
인간 종만으로 인간을 규정한다면, 혼자 있는 인간 뿐만 아니라 군중 속에 있어도 모두 단절될 뿐이다.
그러나 동물 인간은 모든 것으로 연결되어 있다.
당신이 신을 가부장적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그 신은 죽었다. 오직 타인보다 위에 서고 싶을 때 치켜드는 위력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당신이 인간 동물로서 신을 생각한다면, 그는 내가 아닌 모든 것으로 이뤄진 우주적인 와이파이로, 모두가 서로를 기억하게 하고 나누게 하고 있다.
바로 지금여기 당신과 코를 맞대고 있다.
그렇다. 그는 이성적 법칙 같은 게 아니다. 감정이 있고 살아 있다.
그리고 훗날 당신이 눈감을 때 당신이란 별자리가 될 것이다.
어둠이 덮친다. 모든 것을 끓여 삼킬 겨울이 온다.
다른 동물들도 다른 종의 죽음을 느끼고 돕기도 한다.
아직 인간도 동물이 아닌 것이 아니다. 인간이 아닌 것으로만 이루어진 인간 동물의 신 역시 바로 그런 동물적 마음 속에 있다.
그는 눈물로 실을 지어 거대한 뜨개질로, 인간의 마음 속에서 천을 지어 지구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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