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설악산 어머니여!
주님. 땅은 당신의 것이라고 선포하시는 주님.
주님은 땅이 되어, 산이 되어, 우리를 생명으로 빚으셨습니다.
그 품 안에서 생명들의 숲이 자라나고 거기에선 생명수가 흘러 나왔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아닌 것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주님의 대지와 산지 안에서, 우리는 생명을 생명으로 이어가며 충만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창조물 중에서도 그 성스러운 길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이들이 되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생명을 창조해 내고, 산을 창조해 내는 것처럼 굴면서, 우리 몸 자체인 땅을 파괴하고, 연결됨을 끊고, 하나됨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다른 존재를 차별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지를 네게 주신다고 하셨던 것은, 설악산 작은뿔, 산양들과 함께 살 자격도 없는 탐욕스런 우리에게도, 다시 그 평등 평화, 차별 없는 본래의 관계를 회복해 주신다는 약속이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개발로 파괴된 한반도 겨우 남은 설악 어머니 품마저 이제는 탐욕으로 짓밟으려 합니다.
설악의 살을 찢고, 우리가 우리일 수 있게 하는,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게 하는 친족들을 내쫓고, 그곳에 케이블카라는 회칠한 무덤을 세우려 합니다.
예수여. 그래서 당신은 골고다 언덕 오르셨듯 이제는 바위산 기대서는 작은뿔로 다시 오르십니다. 거기서 다시 내몰리고 찢겨지고 철탑에 매달리실 것입니다.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잃지 않겠습니다. 제거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산이 산 자체로, 생명이 생명 자체로, 그 피와 살로, 탐욕의 개발 앞에 그 자체 전부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연대는 그에 비해 얼마나 초라합니까.
그러나 설악산 안에서, 부끄러운 우리가, 여전히 산에 속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러니 우리 이제 그 거룩한 투쟁에 속해 있습니다.
저들은 고작 인간의 쾌락과 돈의 권력을 휘두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있는 것은 설악산 어머니 자체이며 생명의 비밀 자체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절망 앞에서도 동물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생명의 원으로 춤추겠습니다.
설악산으로 생명으로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존재하고 연대하겠습니다.
이 차별의 땅에서, 종차별도 금지해 내겠습니다.
케이블카 앞에서 다시 산을 올라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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