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은 나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영성은 나에게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의 함께 우는 그 울음이, 함께 웃는 그 웃음이 영성이다.
내 것이 아니다. 영성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있다.
영성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관계적인 것이다.
영성은 내가 갖는 것이 아니다. 누구와의 관계, 어디와의 관계로 초대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 함께하는 시간이 나의 인생에서 육체로 구성된다.
영성은 항상 신체적인 것이다.

소위 말하는 정신적인 깊이는 생길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마치 모든 이들의 지문이 다른 것처럼, 영성의 모양이란 그저 그 사람다울 수 있을 뿐이다.
많은 경우 그 사람다운 생각의 깊이를 갖지 못하게 하는 차별주의에서 벗어날 뿐이지 개인의 깊이 자체가 영성이 아니다.
영성의 깊이는 저 깊은 밑으로 가는 혹은 저 높은 위로 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영성의 깊이는 나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어느 공동체로 구성되어 가는가, 영성은 그 공동체를 통해 증언되는 것이다.

더불어 인간의 영성이란 공동체적인 것이다.
영과 육의 세계를 구분하는 공동체로 당신이 구성되어 간다면, 영을 초월적인 것으로 보는 이들과 함께 그렇게 여기는 것 뿐이다.
마찬가지로 영성을 인간을 기준으로 하는 종차별의 공동체로 구성되어 간다면, 비인간에게는 영성이 없다거나, 의인화된 영성을 추구하는 사상을 갖는 것 뿐이다. 그것이 그의 영성 자체가 아니다. 
그런 가치를 지닌 공동체라는 육체가 그의 영성이다.
애초에 영은 신체적인 것이다. 애초에 신체는 내 것이 아닌 내가 속한 관계다. 영성은 관계적 신체성의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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