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빼앗기는 이들의 대변인이 되었다가 정치범으로 죽임당했습니다. 이 죽음은 영웅의 죽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죽음과 같은 현실을 증언하는 죽음입니다. 그 죽음은 아무것도 아닌 죽음이 아니라는 외침이 있습니다.

예수의 도살은 위계적인 것이었습니다. 죽어야 되는 이가 아니라 죽지 말아야 하는 이가 죽어 오히려 죽을 놈들이 이득을 본다는 말입니다. 이런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폭력과 피해는 세상에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 자체가 울고 있습니다. 온 세상을 그 아픔을 향하게 합니다. 세상의 중심이 됩니다. 우리는 그 애도의 싸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바로 그 삶과 생명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 애도의 투쟁은 지금-여기로 이어집니다. 저들이 나를 위해 죽었다고 말할 때의 그 끔찍함이 진짜 입니다. 내 느낌이나 내 정의감보다 더 거대합니다. 그것은 죄책감으로 소비할 일 역시 아닙니다. 세상이 그렇게 거대하게 아파하기에, 나의 아픔도 위선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 아플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죽지 말아야 하는 죽음을 증언하고 애도하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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