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한참 즐겁게 쉬고 있을 때에, 그 성읍의 불량한 남자들이 몰려와서, 그 집을 둘러싸고, 문을 두드리며, 집 주인인 노인에게 소리질렀다.


"노인의 집에 들어온 그 남자를 끌어내시오. 우리가 그 사람하고 관계를 좀 해야겠소."


그러자 주인 노인이 밖으로 나가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보시오, 젊은이들, 제발 이러지 마시오. 이 사람은 우리 집에 온 손님이니, 그에게 악한 일을 하지 마시오. 제발 이런 수치스러운 일을 하지 마시오. 여기 처녀인 내 딸과 그 사람의 첩을 내가 끌어내다 줄 터이니, 그들을 데리고 가서 당신들 좋을 대로 하시오. 그러나 이 남자에게만은 그런 수치스러운 일을 하지 마시오."


그러나 그 불량배들은 노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레위 사람은 자기 첩을 밖으로 내보내어 그 남자들에게 주었다. 그러자 그 남자들이 밤새도록 그 여자를 윤간하여 욕보인 뒤에, 새벽에 동이 틀 때에야 놓아 주었다. (사사기 19:22-25)


사사기에서는 앞서 소돔에서와 비슷한 일화가 언급됩니다. 처녀인 딸을 언급하는 내용도 비슷합니다. 남자를 내놓으라고 했던 이들이 동성애자 였다면 성적 끌림을 느끼지 못할 여성을 상대로 윤간을 벌이는 것을 봐도, 이것이 동성애로는 전혀 설명되지 못한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비슷한 예를 다시 언급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일화를 보며 동성애는 죄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성경을 읽을 때 인과관계를 뒤집어서 생각하는 경우가 반복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고대사회에서는 제사 의식에서 남성 간 성행위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그냥 남성 간 성행위가 제사 의식에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그냥 그런 죄를 지은 것입니다. 그것과 동성애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동성애 때문에 죄를 짓게 된 게 아닙니다.

고대사회에서는 남창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창녀가 존재한다고 이성 간의 사랑과 성관계 자체가 죄가 아니듯이, 남창이 존재한다고 동성애와 동성 간 성관계가 죄라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창녀의 존재가 이성애 때문이 아닙니다. 남창의 존재가 동성애 때문이 아닙니다.

인과관계를 뒤집을 수 있는 논리는 혐오를 배경으로 합니다.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하는 사회풍조를 근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성애자들은 창조섭리를 반대하지 않으며, 생육하고 번성하는 일에 함께한다는 것은 앞서 설명이 되었습니다. 성경에 대한 해석은 자기 판단으로서가 아니라 성경 자체가 주체가 되어 시대에 주어지는 지혜로 읽어야 한다는 것도 앞서 설명이 되었습니다.


성경에 등장한 행위가 동성애와 동일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느낌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느낌으로는 동성애와 죄성이 연결되었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많은 이성애자들이 동성과의 성관계에 대해 본능적으로 가지는 거부감이 있습니다. 성경 단어로 표현하자면 ‘토에바(תּועבה)’, 곧 ‘가증한 것’ 혹은 ‘역겨운 것’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본능적으로 그런 거부감을 가지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것이 그들의 성지향입니다. 그것은 동성애자가 동성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과 다른 것이 아닙니다. 성지향일 뿐입니다. 어떤 동성애자들에겐 이성애의 성관계가 마찬가지의 본능적 거부감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러한 자기 느낌이 성경에 대체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성애가 죄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을 심어준 것이 아닙니다. 그저 성지향일 뿐입니다. 이성애자들이 그런 성향을 가진다는 것과 동성애가 죄라는 것은 동일한 개념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읽은 느낌이 성경 자체의 뜻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때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존재적 우열이 있다는 걸 성경이 지지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혐오하는 사회풍조를 기반으로 합니다. 인종이나 여성에게 열등함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지 않은 혐오와 차별이 있는 곳에 억울한 이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성경의 의도는 자기 느낌이나 사회풍조가 아니라 시대에 주어지는 지혜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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