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없는 사람이 되고자 했을 때, 그럴 가망성이라곤 전혀 없는 나를 만났다.
세상 악한 자들의 입을 틀어막고자 했을 때, 절망적으로 끄떡없는 세상을 만났다.

나는 아무래도 그런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들도 같은 문제로 힘들었었나 보다.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며, 자신은 세상의 원리를 꿰뚫고 있는 것 마냥 훈수를 두곤 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노라고, 그렇지만 현실이 무엇인지, 책임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그런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의 반응엔 다소 증오 비슷한 것이 섞이기 시작했다.
너는 네가 아니면 아무도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넌 생각이 유치하고, 좁은 시야로 살고 있으며, 책임감이 없다.

그러나 그냥 단순히 마음에 안드는 일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는 삶이 그렇게 잘못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누구도 흠 없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끝을 향해 저물어 가고 있다.
그냥 그 길 위에 있으니, 다른 사람의 흠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흠 자체를 볼 수 있게 되어 간다. 나의 흠이 좀 더 쉽게 보이고 납득이 된다. 그래서 그저 나아져 간다.
세상의 악함에 대해 편을 들지 않고 더 선명히 볼 수 있게 되어간다. 불가능하다고 해서 포기하지는 않는다. 내 성과가 아닌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될지는 판단할 수 없다. 누군가를 원망해서 소리를 치는 것이 아니라 원망에 아픈 사람들 대신 내가 소리칠 수 있게 되어 간다.

그냥 그런 세상에서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흠 자체에서 극복되어져 가는.
악은 악하다고 대적할 수 있는.
내세울 수 있는 게 없다. 내가 그런다고 그렇지 않은 길의 사람보다 나은 거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다.
그냥 다른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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