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사가 노모를 홀로 모시는 암말기의 환자를 무료로 고쳐주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의 남은 인생에 그리 희망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무료로 사람들을 도와주는 가난한 의료봉사자에게는 칭찬 한 마디를 주며, 수억원의 차를 끌고 다니는 병원 원장에겐 존경심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괜찮다. 그건 그것대로 놔두자.


가난한 모자에겐 이미 그들 서로가 주어졌다. 사실 그들뿐 아니라 어떤 인생에 희망이 있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이미 서로를 다시 얻었다. 사람이 거기 있다.


우리가 그 사람을 존경하든 하지 않든, 부요한 병원원장은 돈을 보게 하며 돈을 전파한다. 초라한 행색의 의료봉사자는 사람을 보게 하며 사람을 전파한다. 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굳이 걱정해 줄 필요도, 양심에 찔려할 필요도 없다. 이미 세상에서는 사람은 사람답게 어찌어찌 굴러가고 있고, 돈은 돈답게 잘 굴러가고 있다.

이미 노모는 건강한 아들을 다시 만났다. 이미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 사람의 일들은 이뤄지고 있다.


가장 악한 건 돈을 쫓는 일이 아니라 돈과 사람을 섞는 일이다. 둘을 동시에 추구할 수는 없다. 이는 대기업을 먼저 살려야 낙수효과가 있다는 그럴듯한 거짓과 같다. 소득격차는 벌어지며, 전체 효율은 떨어진다. 국민의 노력과 성과를 기업이나 어떤 개인이 낚아챈다.

돈과 사람을 섞을 때가 가장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우리가 어떻게 완벽하게 사람일 수 있으며, 어떻게 완벽하게 돈일 수 있는가. 다만 남들에게 보이는 건 하나만 하자. 돈이냐 사람이냐다. 둘 중 하나만을 자랑하거나 하나만을 아쉬워하자.

그 둘이 섞여 있는 세상이 가장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그러니 그 둘을 섞어서 생각할 때 인생의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오늘 한 번 내 생활을 살펴보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톡, 친구와의 대화.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는 모든 것들. 그 각각의 소재가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가. 돈인지 사람인지 분류해보자.


사람에 기인한 것들을 아쉬워 하면서, 돈에 기인한 것들을 보여주고 있으면 반드시 불행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아쉽거나 사람이 자랑스러운 건 당연하다. 그건 이상한 게 아니다. 그러나 돈에 기인한 것들을 보여주는 게 좋다면, 사람에 관한 건 그냥 죽을 때까지 마음 속에 혼자 담아두어라. 대신 돈이 아쉽다는 것들만 표현하라. 그건 불행이 아니라 그게 오히려 더 행복이다.

내가 돈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이의 사랑스러움도 사람답게 표현하는 건 좋은 게 아니다. 그것도 어떤 수치적인 우월감으로 전환해서 자랑해야 한다. 그것을 실재로 이뤄내고 있는 강남 엄마들이 얼마나 건강한지 보라. 돈은 돈의 것이다.

내가 돈을 보여주며 살고 싶으면, 세상의 불합리함을 어필하지 말아라. 돈은 원래 불공평하다. 그렇기에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은 등급이 낮은 사람이여야 한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 돈의 관점에서 볼 때, 돈이 없는 사람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는 건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되려 선한 일이다. 사람이니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속에만 담아두고 어느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말아라.

오히려 그것이 더 행복할 수 있게 해준다. 섞일 때 혼란이 생기며, 거기에서 불행이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사람에 기인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도, 돈에 기인한 것들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러니 내가 보여주는 것들에 대해서도 분별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돈이나 지위를 자랑하는 일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장면도 조심해서 표현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공감하고 나누는 일이 바탕이 되어 있는 것인지, 그냥 내가 누린 나 자신만의 의미인지 잘 분별해야 한다.

맛있는 것을 먹은 것도 비공개로 올리던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게시물이 되게 하는 것이 좋다. 가격대와 찾아가는 길을 포함하여 일종의 정보로 올리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아니면 같이 먹은 사람과의 감동으로 전환하던지, 아니면 자기심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기 좋으니까, 그저 분별 없이, 내가 행복하다는 사진을 올리는 일은, 그리 사람다운 나눔의 방식은 아니다. 사실 그런 일은 돈에 속해 있는 일이다.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돈과 사람이 섞이는 것이 가장 끔찍한 일이다.


이런 분류들이 번거로운 것 같지만, 진정으로 내가 행복해 지는 길이다.

잠시 돈과 사람으로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일은 결국 자기 심성을 가장 크게 상하게 한다.

'고요한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복음 8:1-15  (0) 2016.01.26
누가복음 7:36-50  (0) 2016.01.25
누가복음 6:39-49  (0) 2016.01.21
누가복음 6:27-38  (0) 2016.01.21
누가복음 6:12-26  (0) 2016.01.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