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동물이다.

인간이 다른 것은 오히려 동물과 같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에게서 동물을 제거했고,
동물을 잃은 인간은 부패가 되었다.

그래서 신은 동물을 잃은 문명 속으로 동물로서 성육한다.
여성이기도 하고, 남성이기도 하고, 둘 중 무엇도 아니기도 한 신은,
생명이 제거 된 아버지라는 이름이 아닌, 이제 동물로 불러달라 한다.

동물을 만나는 경외감은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회복하게 한다.
만난 것은 실상 내 안의 동물이다. 동물을 회복한다.

학살, 강간, 감금, 학대는 자연에서 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부패에서 왔다.
그래서 저기 통째로 난자당한 신이 터진 눈알로 당신의 중심을 쳐다본다.
동물인 당신이 저기 접시에 학살, 강간, 감금, 학대로 전시되어 있었음을 드러낸다.
그것을 위해 신이 바베큐통 위에 매달려 있다.
신이여 당신이 여기 계시나이다. 신이여 당신이 여기 계시나이다.

부패와의 투쟁은, 동물이 제거된 인간인 당신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인간의 정의 타령은 어쩌면 그저 자기도취다.
투쟁은, 동물을 회복한, 동물로서의 당신이 한다.

신을 만나라.
세상에 펼쳐진 신의 생명에 당신의 육체가 얽혀져 있음을 알아차리라.
그리하여 부패가 된 인간과 한데 얽혀 완전히 부패한 세상을, 그리고 그 자체인 당신을 알아차리라.
그러나 인류가 멸망할지라도 그보다 압도적으로 거대하여 두렵지 않을 수 없는 온생명이 지금여기에 있다.

신은 동물이다. 그래서 드디어 당신은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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