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버이연합의 일원이다.
나는 국정교과서를 원하는 이들의 일원이다.
나는 의료민영화를 지지하는 이들의 일원이다.
나는 세월호, 강정, 밀양의 분들을 빨갱이라 조롱하고 혐오하는 이들의 일원이다.
나는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착취하고 체제를 수호하는 이들의 일원이다.

나와 그들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두를 우리라고 한다.
그들이 짓는 죄가 아니라 우리가 짓는 죄이다.
내가 여기 있는 것도, 지금은 무조건 새누리당이라고 하는 어르신들 덕이다.
그들의 땀방울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렇기에 그들과 나는 다른 것이 아니다.
어르신들이 이어진 것이 나다. 우리다. 

우리가 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하는 일은 우리가 하는 일이다. 피땀흘려 이곳을 일구시고 우리가 되게 한 그 우리가 하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분리하지 않고, 우리가 되어서, 그저 생명평화에 응답하는 삶만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생각해본다면.. 아마도 더 끔찍해질 것이다. 거대한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점점 더 빈부격차는 심해질 것이며, 모든 것을 잃어갈 것이다.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절망적일 수 있음을 인류의 역사가 들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평화에 응답한다.
차별과 위선, 이기심과 어리석음을 지닌 우리 모두가, 이미 극복한 것처럼, 이미 생명평화를 공유하는 우리인 것 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 과정은 사실 너무 아프다.
내 탓일 수 없다는 마음, 원망의 마음은 존재하며, 그들과 날 분리하지 않는 게 억울하다. 바뀌지 않을 사람들, 앞으로 올 미래가 불안하고 무섭다.
그렇지만 모두 불쌍하기도 하다. 사람들의 배타성과 끔찍한 일면이 불쌍하고 가슴이 아프다.
내가 누구보다 더 선할 것도 악할 것도 없는 나 자체이 듯, 우리는 우리다.

비록 이 앞에 절망과 멸망이 다가와도, 그 모든 우리 안의 생명평화가 발현될 것이라고, 우리 안의 생명평화가 앞장 서 있는 거라고, 바로 그저 우리를 살아낸다. 삶은 기도가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내게 준 생명평화를 알아차릴 뿐. 그저 허락된 만큼 한 발씩 응답해간다.


'고요한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편 94:1-11  (0) 2015.12.14
시편 92편  (0) 2015.12.11
시편 90편  (0) 2015.12.09
예레미아애가 3장  (0) 2015.12.03
사무엘하 8장  (0) 2012.12.15

+ Recent posts